3.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생리불순만의 문제일까요? 진단 기준부터 한방치료까지
“생리가 몇 달씩 늦어져요”, “여드름이나 털이 갑자기 많아졌어요”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다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을 진단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혹은 임신을 준비하면서 배란이 잘되지 않아 검사를 받거나, 초음파에서 우연히 다낭성 난소 형태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단순히 난소에 작은 난포가 많이 보이는 질환이 아닙니다. 배란장애, 고안드로겐혈증, 인슐린 저항성, 그리고 뇌와 난소 사이의 호르몬 조절 체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내분비·대사 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성인 여성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을 만족하고, 갑상선질환·고프로락틴혈증 등 다른 원인을 배제할 때 PCOS를 진단합니다.
희발배란 또는 무배란
다모증·여드름 등의 임상적 고안드로겐 증상 또는 혈액검사상 고안드로겐혈증
초음파상 다낭성 난소 형태
; 최신 초음파 장비로 난소 전체의 난포 수를 정확히 셀 수 있는 경우에는 한쪽 난소에 2~9mm 크기의 난포가 20개 이상인 경우를 다낭성 난소 형태로 봅니다. 난포 수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난소 용적 10mL 이상 또는 한 단면에서 난포 10개 이상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성인에서는 일부 상황에서 AMH를 초음파 대신 활용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검사만으로 PCOS를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희발월경·무월경, 배란장애, 난임, 여드름, 다모증, 두피 탈모, 체중 증가입니다. 다만 정상 체중이나 마른 체형에서도 PCOS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H-P-O Axis로 이해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여성의 배란은 시상하부(Hypothalamus)-뇌하수체(Pituitary)-난소(Ovary)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H-P-O Axis에 의해 조절됩니다.
시상하부에서 GnRH가 일정한 리듬으로 분비되면 뇌하수체에서 LH와 FSH가 분비되고, 이 호르몬들이 난포의 성장과 배란을 조절합니다. PCOS에서는 일부 환자에서 GnRH의 빠른 맥동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LH 자극과 난소의 안드로겐 생성이 증가합니다.
배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황체에서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도 충분히 증가하지 못합니다. 이에 따라 시상하부로 전달되는 음성 되먹임이 약해지고, 빠른 GnRH-LH 자극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안드로겐 증가 → 난포 성숙 장애 → 무배란 → 프로게스테론 부족이 반복되면서 월경과 배란의 리듬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비만형과 마른 비만형 PCOS는 무엇이 다를까요?
PCOS의 대표적인 증상인 다모증과 여드름은 주로 고안드로겐혈증과 관련됩니다. 특히 비만형 PCOS에서는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중요한 병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난소의 안드로겐 생성을 촉진하고, 간의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 생성을 감소시킵니다. 그 결과 활성형인 유리 안드로겐이 증가하면서 여드름, 다모증과 배란장애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BMI가 정상이라고 해서 대사적으로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체중은 정상 범위지만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률과 내장지방이 높은 ‘마른 비만형’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근육의 포도당 처리 능력이 낮고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보상성 고인슐린혈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내장지방 증가·근육량 부족 → 인슐린 저항성 → 고인슐린혈증 → 안드로겐 증가 → 난포 성숙 및 배란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른 PCOS 역시 BMI만 보기보다 체지방률, 근육량, 허리둘레, 혈당과 인슐린 대사,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의 지질 상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양의학에서는 어떻게 치료할까요?
치료는 환자의 증상과 임신 계획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리불순과 여드름·다모증에는 경구피임약, 장기간 무월경에서는 자궁내막 보호를 위한 프로게스틴, 대사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메트포르민을 고려합니다. 임신을 원하는 무배란성 PCOS에서는 레트로졸이 대표적인 배란유도 치료로 권고됩니다.
다만 약물치료는 종류와 사용 기간에 따라 부작용과 주의점이 다릅니다. 경구피임약은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일부 대규모 관찰연구에서는 현재 또는 최근 호르몬 피임약 사용과 유방암 위험의 소폭 증가가 보고되었습니다. 메트포르민은 오심, 설사, 복부 불편감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며, 장기간 복용 시 비타민 B12 저하 또는 결핍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프로게스틴은 제제에 따라 부정출혈, 두통, 유방 불편감과 기분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레트로졸을 이용한 배란유도 과정에서는 두통, 어지럼, 피로, 안면홍조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PCOS는 약물로 월경이나 배란을 조절하는 것과 함께, 환자별로 체중과 체지방, 인슐린 저항성, 혈당 및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의 대사 상태를 함께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다낭성’보다 환자의 병인을 살펴봅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PCOS 환자에게 같은 처방을 적용하지 않고, 월경과 배란 상태, 체형과 대사 상태, 냉증, 소화, 피로, 스트레스 등을 종합해 변증합니다. 체중 증가와 부종, 몸의 무거움이 두드러지는 담습형에는 반하·복령·창출 등을, 스트레스와 월경불순이 함께 나타나는 간울형에는 시호·향부자 등을, 만성적인 희발월경과 피로·허리 시림이 동반되는 신허형에는 숙지황·산수유·산약 등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활용합니다.
특히 비만형 PCOS에서는 체중과 복부비만, 높은 체지방률, 식후 졸림, 당류 섭취와 같은 대사적 특징을 함께 살펴 담습(痰濕)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합니다. 한약 치료와 함께 저혈당 식사, 액상과당 제한, 유산소·근력운동 등을 병행하며 체중과 월경·배란 주기의 변화를 함께 관찰합니다. 반면 마른 비만형 PCOS는 체중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근육량과 체지방률, 복부지방을 확인하여 숨어 있는 대사 이상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에 따라 혈당과 인슐린 대사뿐 아니라 총콜레스테롤, LDL·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지질 지표도 함께 살피면서, 체중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체지방 감소와 근육량 회복, 대사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약과 생활관리를 조절합니다. 즉, PCOS의 한의학적 치료는 단순히 월경을 한 번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체성분과 대사 상태를 함께 개선하여 정상적인 배란과 월경 리듬이 회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대 약리학 연구에서는 일부 한약과 생약 성분이 PI3K/Akt·AMPK 등의 인슐린 신호전달과 에너지 대사, 염증·산화스트레스, 난소의 스테로이드 호르몬 생성에 관여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용은 인슐린 저항성과 과도한 안드로겐 자극을 완화하여 난포의 성장과 배란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결과적으로 H-P-O Axis와 월경 주기의 회복을 돕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유형에 맞는 관리가 중요합니다
PCOS는 같은 진단을 받아도 병태가 모두 같지 않습니다. 어떤 환자는 체중과 인슐린 저항성이 중심이고, 어떤 환자는 정상 BMI이지만 내장지방과 대사 이상이 숨어 있으며, 또 다른 환자는 고안드로겐혈증과 배란장애가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생리를 한 번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월경과 배란, 체지방과 근육량, 혈당과 인슐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여드름·다모증, 수면과 스트레스 상태를 함께 살펴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희발월경이나 무월경이 반복되거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자신의 체질과 PCOS 유형에 맞는 치료 방향을 충분히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